대한민국 경제는 그동안 가계, 기업, 금융기관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해왔다.
가계는 기업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기업은 그 대가로 임금과 급여를 지급한다. 가계는 이를 소비하고, 남은 여유 자금을 저축하거나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여 경제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했다.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생산시설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기술 개발에 투자하여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 대한민국 경제는 가계 소비의 감소와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의 증가로 인해 이 선순환 구조에 금이 가고 있다.
가계는 경기 불안정과 고물가 상황에서 소비를 줄이고, 국내 주식시장의 불확실성, 기업들의 성장 정체, 환율 상승에 따른 자산 가치 하락 우려 등으로 여유 자금을 해외 금융 자산에 투자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의 자금 순환이 원활하지 않게 되어 기업들의 투자와 생산 확장에 제약이 생기고, 경제 성장 둔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저축의 역설
저축은 개인의 경제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으로 여겨진다.
저축을 통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며, 안정된 삶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이 저축을 늘리면 자연히 소비는 줄어든다. 소비가 감소하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기업의 매출이 감소한다. 매출 감소는 기업으로 하여금 생산과 고용을 축소하도록 만들며, 이러한 변화는 다시 소득 감소로 이어져 경제 전체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소비수요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사람들이 저축을 늘리면서 수요가 줄어들면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고용을 축소하게 된다.
이로 인해 경제는 더 큰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모든 개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노력이 국가 경제 전체를 점점 더 가난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저축의 역설은 현재 대한민국 경제에서도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의 현재 상황
현재 대한민국 경제는 저축의 역설과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 고물가 상황 등으로 인해 개인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이로 인해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는 소비 위축과 성장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소비자물가는 누적 12.8%, 연평균 3.8% 상승했다. 이는 2010년대 연평균 1.4%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로, 물가 상승률이 크게 증가한 것을 의미한다. 같은 기간 민간소비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팬데믹의 영향이 상당 부분 소멸한 지금까지도 여전히 민간소비는 물가 상승률을 하회하고 있다.



민간소비가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해외 자산으로의 투자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4년 2분기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26.2조 원과 13조 원의 자산이 해외로 유출되었으며, 가계 구성원들의 순금융자산은 2024년 2분기에 65.4조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계 구성원들이 국내 소비를 줄이고 여유 자금을 해외로 이동시키려는 경향이 강화되었음을 시사한다.
물가 상승으로 자산 축적을 위한 개인들의 노력이 오히려 경제 전반의 소비를 더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며, 이는 저축의 역설이 실제로 작용하는 사례를 보여준다.
저축을 늘리려는 개인들의 의도와 달리, 경제 전체적으로는 소비 위축과 성장 둔화가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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