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나라 경제위기의 핵심 원인은 외환 부족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국내 자본이 대거 해외로 유출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경제위기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은 단순히 주식 시장의 상승 때문만이 아니다. 최근 2년간 나스닥은 약 100%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하며 코스피와 대조적인 성과를 보였다. 이는 자본이득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인한 환차익까지 더해져 투자자들에게 큰 이익을 안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국민연금도 해외 주식과 채권 비중을 확대하면서 자본 유출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달러 보유자 증가와 경제 위기의 양상 변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에서 달러 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환율 상승은 대부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되었다. 당시 한국은 외환보유고가 부족하고, 외화 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낮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이 자국 통화 가치를 하락시키고 경제 불안을 초래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2024년 3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은 약 9,778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한 수치이다. 달러 자산을 보유한 내국인의 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환율 상승은 달러 자산을 보유한 개인들에게 오히려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 유입이 많은 경우, 순대외금융자산의 증가는 국가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자금이 과도하게 국내 시장에 유입되면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 제재를 받을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금을 이용해 대외금융자산을 매입하면, 국내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대외 신용도를 높이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달러 유입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순대외금융자산이 증가하는 것은 국내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국내 시장의 유동성이 부족해져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경제는 2017년을 기점으로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이에 반해 순대외금융자산은 2015년 이후 대외금융자산이 대외금융부채를 초과하면서 순대외금융자산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국민연금과 같은 주요 기관들도 해외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 유출은 개인에게는 자산 증식을 가져올 수 있지만, 국가 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통화량 감소와 경기침체
M1 통화량은 경제에서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의미하며, 현금(지폐와 동전)과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보통예금) 및 기타 단기 예금을 포함한다. 이는 경제 내 즉시 사용 가능한 자금을 나타내며, M1 통화량이 증가하면 유동성이 증가하고 소비와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 반대로 M1 통화량 감소는 유동성이 축소되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해외 무역수지 흑자의 축소와 해외 투자 증가가 동시에 일어나면, 외환 유입이 줄어들어 국내 유동성이 감소하고, 이는 M1 통화량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2022년 이후 우리나라의 M1 통화량은 증가세를 멈추고 오히려 감소하고 있으며, 민간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 지수 또한 2022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국내 유동성 감소로 인해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우리 경제는 과거와 다른 형태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과거에는 갑작스러운 외환 부족이 경제 위기를 초래했지만, 이제는 서서히 진행되는 자본 유출이 경제 위기를 부르고 있다. 환율 상승, 물가 상승, 그리고 국내 유동성 고갈은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기업 및 경제 끄적끄적 > 경제 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환율 급등과 통화량 감소,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2) | 2024.12.28 |
---|---|
내수 침체로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5) | 2024.12.26 |
소득 이동성 통계, 가능성을 말하다 (6) | 2024.12.22 |
국민연금-외환당국 외환스왑 한도 증액 (2) | 2024.12.21 |
소비는 줄이고 투자는 늘리고 (4) | 2024.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