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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중요한 시기였으나, 올해는 불안정한 정치 상황과 내수 부진, 고환율과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 등 여러 악재가 겹쳐 매출 감소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적,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며 송년회와 기업 모임이 취소되었고, 고물가로 소비가 더 위축되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64.8원을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 만에 1,460원 선을 넘어섰다. 환율 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은 자영업자들의 운영 비용을 증가시키며, 가격 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매출 감소가 심화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초래한 악순환

물가 상승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고, 두 번째는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다.

▲출처: 매일경제_[Cover Story] `나쁜 물가상승` 범인은 공급 쇼크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은 팬데믹 당시처럼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소비가 증가하고 그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다. 이 경우에는 물가가 상승하지만, 생산량도 함께 증가한다.

2021년 2분기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12.2%에 달했으며, 2021년 전체 경제 성장률이 직전 년도-3.4%에서 5.7%로 크게 반등한 이유는 팬데믹 이후 정부가 대규모 재정 지원을 통해 소비를 촉진했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과 같은 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가계 소득을 증가시켜 소비를 촉진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시장에서의 수요가 급증했다. 수요가 급증하면 기업들은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을 늘리지만, 공급 측은 단기적으로 즉시 대응할 수 없어 2022년 6월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9.1%(CPI 기준)까지 상승하게 된다.

▲출처: Trading Economics_미국 GDP 성장률_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가계 소비를 자극하며 2021년 높은 경제 성장률을 견인했다.
▲출처: Trading Economics_미국 인플레이션율_경기 부양책으로 경제 회복에 성공했으나, 이후 인플레이션율이 급격히 상승했다.

반면,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은 원자재나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급이 줄어듬에 따라 발생한다.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의 특징은 물가는 상승하지만 생산량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즉,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과 경제 과열을 동반하는 반면,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를 유발한다.

2022년 당시 한국의 인플레이션율은 6%에 달했지만, 2020년과 2021년의 재난지원금 등 재정지원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으며, 주로 수입 물가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출처: Trading Economics_한국 GDP 성장률_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가계 소비를 촉진하며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에서 회복되었다.
▲출처: Trading Economics_한국 인플레이션율_GDP 성장률에 비해 인플레이션율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22년, 국제 원자재지수(CRB 지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 공공보건 위기상황(PHEIC)을 선포하기 직전인 2020년 1월과 비교해 70% 이상 상승했으며, 이로 인해 국내 수입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0% 이상 상승했다. 또한, 무역수지 적자와 맞물려 원-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1,160원에서 1,460원으로 약 30% 상승했다. CRB 지수는 달러 기준으로 계산되므로, 원화 기준으로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팬데믹 이전보다 약 100% 상승한 셈이다. 즉, 당시의 인플레이션은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출처: Trading Economics_CRB 지수_2020년 이후 국제 원자재 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출처: 한국은행_2024년 11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잠정)_2022년 1월 수입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출처: Google Finance_원-달러 환율_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환율이 30% 이상 상승했다.

2024년에는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 환율이 전고점을 돌파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더 높은 경제 성장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국내 불안정성으로 인해 국내 자본이 국외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26.2조 원, 2분기 13조 원으로, 2024년 2분기까지 총 39.2조 원이 해외로 유출되었고, 이러한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한민국의 수입 물가지수는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율은 낮아지고 있다. 이는 원자재 가격 증가로 인해 감소한 총공급에 비해 총수요가 더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총수요와 총공급이 함께 감소하면서 경제 성장률은 미미하고 물가는 크게 상승하지 않았다.

이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와 RP 매입 확대를 통해 총수요를 자극하려 하고 있지만, 문제는 환율이다.

기준금리 인하와 RP 매입 확대를 통해 원화 유동성 공급을 늘릴 경우 환율 상승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다시 수입 물가를 상승시켜 국내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어, 외환당국은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이다.

자영업자들의 대출과 연체율 악화

이러한 경제적 상황을 반영하듯, 자영업자들의 재정 상태는 더욱 위태로워지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은 1,767조 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으나, 자영업자대출은 1,055.9조 원으로 2.1% 증가하며 가계대출보다 다소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이 가계대출 연체율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2022년 2분기 0.56%에서 2024년 1분기 0.98%로 증가했으나,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동안 0.50%에서 1.52%로 약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자영업자들의 대출 상환 능력이 크게 악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또한 자영업자들의 취약차주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자영업자 중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10.21%로, 가계 취약차주 연체율(9.97%)을 초과하고 있다. 취약차주 비율도 자영업자에서 12.7%로 가계(6.4%)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이는 자영업자들이 대출 상환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통계들은 자영업자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보여준다. 경영 여건 악화와 연체율 증가는 그들이 경제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신호이며,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와 같은 경제 구조에서는 이는 향후 더 큰 구조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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