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를 촉구하며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그는 23일(현지 시간) 세계경제포럼(WEF) 화상 연설에서 “유가를 낮추겠다는 의지와 함께 금리도 즉시 내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중앙은행들의 적극적인 정책 변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금융시장과 연준의 정책 방향성은 그의 발언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이후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65%로 소폭 상승했으나, 이는 기존 시장 흐름에 따른 변화일 뿐 그의 발언과 직접적인 관련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서도 2024년 1월 연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을 97.9%로 반영하고 있어 시장은 그의 발언을 정책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준의 독립성과 파월 의장의 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연준의 독립성은 통화 정책의 신뢰도와 경제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통화 정책 결정이 정치적 압력보다는 경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
파월 의장은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 대해 "정치적 요구는 정책 결정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박한 바 있다. 특히 팬데믹 이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과열된 경제를 안정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며, 2022년에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단기간 내 금리를 0%대에서 5% 이상으로 인상하는 등 긴축 정책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결정은 연준이 외부 압력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 기관임을 시장에 각인시켰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가 새로운 이슈가 아니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는 그의 이전 재임 기간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제기된 일관된 주장이다. 그는 2018년부터 경제 성장을 이유로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했으나, 연준은 이를 무시하고 경제 지표에 기반한 독립적 정책을 유지했다. 시장은 이러한 배경을 통해 트럼프의 발언이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책과 연준의 경제 균형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미국 경제는 전례 없는 호황을 경험했다. 잠재 GDP와 실제 GDP가 일치하는 ‘GDP 갭 제로(GDP Gap Zero)’ 상태를 달성하며 경제 성장과 안정성을 동시에 이루었다. 실업률은 수십 년 만에 최저치인 3.5%를 기록했고, 물가도 안정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경제적 안정성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팬데믹 초기, 경제 활동의 급격한 위축과 고용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은 초저금리와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경제 회복을 촉진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 과열과 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초저금리로 인해 소비와 대출이 급증하며 수요가 확대되었고, 공급망 병목현상과 결합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웠다.
2021년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 경제에서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로 인플레이션이 떠올랐다.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과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맞물리면서, 미국 경제는 급격한 물가 상승을 겪었다. 2021년 말과 2022년 초,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는 경제 안정에 심각한 우려를 낳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준은 금리 인상과 긴축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이후 인플레이션이 안정화되자 2024년 9월 이후 금리 인하 기조로 돌아섰으며, 점도표를 통해 2025년까지 최대 3%까지 금리 인하를 예측했다.
그러나 다시 오르는 인플레이션 압박과 관세 인상, 정부 지출 확대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들이 인플레이션율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2024년 12월 이후 연준은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경제 성장 목표에 부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방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점도표(Dot Plot)는 연방준비제도(Fed)가 발표하는 금리 예측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차트다. 점도표는 연준의 각 위원이 향후 금리에 대해 어떻게 예측하고 있는지를 점으로 표시하여 금리 정책에 대한 전망을 제공한다. 각 점은 개별 위원의 금리 예상치를 나타내며, 이 점들은 예측된 금리 수준을 나타내는 수평선 상에 배치된다.**
현재 시장은 연준이 2025년까지 금리를 두 차례 인하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으며, 이는 연준이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 목표를 균형 있게 유지하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연준의 정책은 경제 데이터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어, 단기적인 금리 변화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는 정치적 메시지로 볼 수 있지만, 연준의 독립적인 통화 정책과 시장의 신뢰를 흔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향후 연준의 정책 변화와 트럼프의 발언이 경제와 글로벌 시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번 29일 발표될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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